겨울의 침묵

                                                  홀뫼   이근모 


얼음 켜켜이 덮은 강물

나이테 겹겹이 두른 나목 숲

생명의 시간이 멈춰진 곳에

음산한 구름이 몰려와

서리눈밭 침묵을 억수로 덧씌워준다

 

별들이 소곤대는 하늘아래

파도들이 아우성치는 바닷가에

육지만이 입술 굳게 다문 채

모두가 바위 침묵을 닮아 있다

 

최북단 동토의 끝에서 얼음 침묵을

한 자국 또 한 자국 디뎌보다가

솔바람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보고

고드름 끝에 녹아내리는

물방울 소리에도 놀라보며

생명의 소리가 있는 남촌의 꿈을 꾸어본다

 

얼음벽 칸막이를 겹겹이 하여놓은

저 땅속 깊은 지열 속에서

겨울잠이 푹 빠지도록

자장가를 불러주며

동지의 반환점을 돌아온 태양이

북쪽을 향해

시나브로 보폭을 밀어 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