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시선. 201

변형국판/ 128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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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영 시인의 시 공간에는 무엇보다 인간의 체취가 흐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정감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바로 그의 시는 소박한 박꽃처럼 은은한 색채를 우리들에게 느끼게 해준다. 이는 그의 사람됨과 시쓰기가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 겸손함은 시적 대상에게 겸손함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와 사람됨의 일치, 이것만큼이나 진실성 있는 언어가 어디 있겠는가.

―최광호 시인의 <발문>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도라지꽃

감귤

고향․1

고향․2

그리움

그리움만 남다

나의 계절은

낙동강 반변천에

낙동강에는 뱃사공이 없다

도라지꽃

디카에 담는 사연

억새꽃 피는 언덕

복사꽃의 기억

별똥별을 바라보며

사람다운 냄새

사향思鄕

쇠전[牛市場] 풍경

연緣이라는 것

인연이라는 굴레

장독대

창틀에 매달린 고향

 

2부 아버지의 들녘

간이역 풍경

감꽃이 필 때면

경춘선 열차

금강산 가는 길

꽃을 바라보며

대부도의 한낮

도시의 유리창 너머에는

뚝섬에도 사슴이 산다

마음 비우기

무명초 한 포기

바위틈에 핀 꽃 한 송이

밤나무가 있는 산길

숙성시킨 녹차 향

아버지의 들녘

아버지의 손

여백 지우기

잃어버린 산하

장안사 절터․1

장안사 절터․2

함박눈 내리는 밤

 

3부 매화나무 밑에서

가을의 문턱은

가을의 소묘素描

가을의 애상哀想

가을이 오는 소리

간지스강에 노을이 지면

고추잠자리

국화차를 말리며

까치밥

낙엽의 의미

남해 보리암菩提庵

내 사랑의 기억

대웅전 밑에 흐르는 물

돌팔매질

변소에서 먹던 빵

빈 들판

사과

매화梅花나무 밑에서

은행잎

코스모스 피는 들녘에

해탈의 간지스강

 

4부 찻잔에 담긴 그리움

계절풍季節風 뒤에 서서

궁평리의 낙조

그림자

나의 노래

나이테

내 육신의 반란叛亂

무너진 담장 저편에는

민초民草의 일상

삶의 숨바꼭질

소금이 될까

숙명宿命의 의미

신호등

실향失鄕

엿장수 가위

인연因緣 연습하기

잔인한 사월四月

주인 없는 인사동

찻잔에 담긴 그리움

천부인天符印

핏줄이라는 연緣

 

5부 회심곡이어라

동천冬天을 걸으며

보리암에서

부모님 무덤에서

사리舍利를 보면서

아차산을 오르다가

영호루映湖樓

용마산 싸리꽃

울돌목 숭어잡이

인동초忍冬草

인삼밭에서

장미꽃도 떨어지고

전마선 위에는

죽음의 풍속도

추수 끝난 들판

KTX를 타고 가며

패철佩鐵

풍경 소리만 건져 오다

하늘이 서늘한 날

회심곡回心曲이어라

 

 

□발문│최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