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에 보이는 카테고리에서 회원을 선택하시면 해당 회원님의 글이 보여집니다.
자신의 글을 쓰고 싶으신 회원님께서는 운영자 혹은 메뉴에 있는 "블로그 카테고리" 신청을 해주세요.
다시, 시월
김백
벤치는 늘 비어 있다네
가끔씩 지나는 바람이
목마른 잎새들을 데려다 놓고 가거나
측백나무 사이를 빠져나온 달빛이
굽 낮은 걸음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지금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네
낯선 숲길 어디쯤 걷다가
잠원暫原에 든 것처럼
포장마치 게임방 횟집 노래방
심장 깊이 뿌리박은 것들의 도열
그 불빛에 기대어
술잔은 느리게 가속되고 있다네
음악회의 잔향마져 사라진 공터
늦은 술집에서 나온 여자가
자존심처럼 구겨놓고 간 종이컵 하나
나보다 먼저 취했는지
하얗게 딩굴고 있네
술잔 속 슬픔은 저 혼자
그렇게 침잠하고 있을 뿐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