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떠나기 전 일정을 짜고, 배낭 꾸리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것을 만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은 여행이 주는 참맛이다.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사랑이요, 또 하나는 여행이다. 젊어지기를 원한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행은 정신을 젊어지게 하는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작가 벤자민 디즈렐리는 "첫사랑이 신비로운 것은 우리가 그것이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The magic of first love is our ignorance that it can ever end.)"라고 했다. 여행도 첫사랑처럼 설렘으로 시작한다. 여행의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이다.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보라. 늘 아는 길만 다니는 것은 안전하긴 해도 지루한 일이다. 모르는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헤매기는 해도 새로운 것을 많이 깨닫는다. 여행이란 우리의 삶을 바꾸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행은 우리에게 타향에 대한 지식을 주고 동시에 자기 고향에 대한 사랑을 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여행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법정스님은 "여행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 그 체험으로 자기 자신을 채워가기 때문에 독서보다 몇 갑절 삶을 충만하게 한다."고 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실로 새로운 세계로 떠나라. 나를 발견하는 일은 기쁜 일이 생기고, 덤으로 또 하나의 멋진 추억을 만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드넓은 몽골 대초원도 좋고, 만리장성도 좋으며, 앙코르와트도 좋다.

 

뚜벅이여행!

내가 뚜벅이로 간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내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야, 너 그러다 객사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동학에 입도하고, 이론을 터득한 후론 죽는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

죽음은 곧 자기가 나온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위에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도 모두 동학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이들 모두 독립시켰으니 세상에 태어난 나의 소임은 모두 마친 것이고, 걸림돌은 오로지 여든 일곱의 우리 어머니뿐이다.

오마니보다 먼저 죽으면 어머니 가슴에 평생 대못을 박는 일이기 때문이다.

 

배낭을 메는 순간 나는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자유인이 된다.

오늘 어디로 갈지는 아침에 눈 뜬 후, 혹은 점심 먹다 생각해도 된다.

사회나 가정은 룰과 코드에 갇혀 살아야 하지만, 배낭을 메고 나면 그 모두에서 해탈 되고

비로소 참자유를 얻게 된다.

모든 게 내 맘대로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래 루트는 아래와 같이 방콕 - 비엔티안 - 방비엥 - 루앙푸라방 - 루앙남타 - 치앙라이 -

치앙마이 - 방콕이었으나, 방비엥에 그냥 눌러앉았다.



한 여행지에서 이틀 이상 머물지 않던 내가 비엔티안에서 4일, 방비엥에서 6일이나 스테이

한 건 여행 중에 만난 뚜벅이 대선배님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재경원 부이사관을 하다 명퇴하고 1년에 두세 달은 해외여행을 다니신다는 선배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방콕에서 농카이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분인데, 배낭 하나 둘러메고 7년째 세계 각국을

다니신단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여행이란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한 것

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바람 부는 대로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한 달이건 두 달

이건 그곳에 머물다 지치면 다른 데로 이동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생처럼 바삐

다니다보면 남는 건 고됨뿐이지 않겠어요?”

 

그 선배님 조언을 듣고 루앙푸라방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방콕 리턴으로 아이티너러리

를 수정했는데, 다시 방비엥에서 만난 선배님 조언에 따라 루앙푸라방마저 포기하고, 방비엥

에서 ‘멍 때리며’ 주저앉은 것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푸라방을 가려면 털털 거리는 비포장도로를 8시간동안 가야 합니다. 그 고생

을 뭐 하러 사서 하려는 거요? 여기나 거기나 별 차이 없습니다. 좋으면 그냥 여기서 머무세요.

그게 최곱니다.”

 

그런 이유로 방콕 2일 → 비엔티안 2일 → 방비엥 6일 → 비엔티안 2일 → 방콕 으로 일정을

대폭 수정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 진짜 잘 한 것 같다.

라오스 두 곳만 다녀왔는데도 지금껏 비몽사몽인데, 털털 거리는 버스 타고 루앙푸라방 8시간

→ 루앙남타 9시간 → 치앙마이 8시간의 일정을 강행했다면 즐거움은 고사하고, 일년 내 비몽

사몽일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3월 중에 치영 형님, 용섭 형님과 셋이서 배낭여행을 계획했었는데, 용섭 형님이 불의

의 사고로 어깨 수술을 하고, 치영 형님도 그럴 바에는 형수님과 태국이나 가야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무산됐다.

하지만, 해마다 한 두 번은 배낭 메고 세상을 떠돌다 다리 수술 땜에 작년 한해 거른 나는 온 몸

에 좀이 쑤신다.

라오스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품고, 동영상 등 숱한 정보를 수집해온 터라 라오스 어디? 하면

눈을 감아도 훤히 보일 정도다.

“용서비 형! 미안하오. 나도 갈랍니다. 가을에 미얀마나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