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질의 우울한 날

 

나는 호미를 들고 밭을 긁어준다

풀매가를 하는 것보다도

밭을 달래주느라 긁어준다

 

21세기 농경사회 땅이

호미 자리를 잃어가며

억장이 무너지게 무너지고 있다

텃밭 비탈 밭 모래밭

훼손으로 다 죽어가고 있어

밭을 위로해주며 북돋아주고 있다

 

이 농경지 훼손 천국의 시대에

빈집 많은 어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노약자 농부들이

오랜 호미질에 굳어진 손끝이 돌아가지 않아

효자손이 등골을 긁어주지만

진정 친자 효자손은 보이지 않고

 

나는 이렇게나 우울한 날

쇠잔해진 밭머리에서 이랑을 긁어준다

뻐꾸기 우는 아침저녁

이슬 젖은 눈시울이 울컥거리도록

훼손으로 무너져가는

어머니의 땅 등골을 긁어주고 있다

 

 

 

 

 

 

 

 

 

 

 

 

호미질의 우울한 날

 

나는 호미를 들고 밭을 긁어준다

풀매가를 하는 것보다도

밭을 달래주느라 긁어준다

 

21세기 농경사회 땅이

호미 자리를 잃어가며

억장이 무너지게 무너지고 있다

텃밭 비탈 밭 모래밭

훼손으로 다 죽어가고 있어

밭을 위로해주며 북돋아주고 있다

 

이 농경지 훼손 천국의 시대에

빈집 많은 어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노약자 농부들이

오랜 호미질에 굳어진 손끝이 돌아가지 않아

효자손이 등골을 긁어주지만

진정 친자 효자손은 보이지 않고

 

나는 이렇게나 우울한 날

쇠잔해진 밭머리에서 이랑을 긁어준다

뻐꾸기 우는 아침저녁

이슬 젖은 눈시울이 울컥거리도록

훼손으로 무너져가는

어머니의 땅 등골을 긁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