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새와의 나눔

                                                이근모 

등산길 정상에 올라가

배가 출출하여

가방을 열고 빵을 내먹는데

예쁜 산새 한 마리가 다가와

빵부스러기를 쪼아대며

발끝에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다

 

초침의 시간보다 더 급박한 듯

나의 어깨와 무릎주위를 포르르 포르르

애교의 몸짓을 흔들어댄다

그래 이번에는 빵조각을 떼어 던져주니

부스러기는 제가 주워 먹고

자식에게 주려는지

큰 조각은 부리로 물어다가

어디론가 재빨리 날라다 주고는

다시 돌아와 지저귄다

 

꽃샘추위 차가운 높은 산속

자식 키울 먹이가 여의치 않아

저토록 수단과 요령을 다하여

나에게 절박한 접근방법을 쓰는 것도 같고

 

나는 빵 한쪽을 남겨주고

그 예쁜 산새에게서 돌아서며

세상사는 일이란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들과 다함께

간결한 삶을 나눠야함을 알았다

그리고 때로는
초침 시간보다 절박한 나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