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3

 

서슬 많은 독재자처럼

긴긴 똬리를 틀고 앉은

겨울에게

입춘이 봄의 폭탄을 투하하였다

 

이따금 폭설을 퍼부어

강추위를 휘둘러보지만

벌써 입춘 입김이 땅속 깊이 스며들어

지열을 솔솔

봄빛달군 햇살과 마주치니

동장군이 진자리에 빠져 찔끔거린다

 

예쁜 산새 한 마리가

둥지의 검불을 물어 나르고

까치가 막대기 벽을 엮어

묵은 집수리를 준비하는 이때

위용을 떨치던 강 얼음 용가리뼈가

얼음 반 물 반으로 녹아내린다

 

이제 동장군은

그 미련 많은 잔설마저도

흙신발을 문질러대는 망신살이 뻗혀

북쪽으로 추적추적 발길을 돌리고 있다

더더욱 어서 되돌아가자는

기러기 떼 끼룩거리는 권고하항을 들어가며

메마른 얼굴에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뒷걸음질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