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공간 시선 290

224쪽/변형국판/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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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약력

1976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결 갈라지는 곳에서』(1977), 시집 『무언의 광장에서 서서』(1978), 시집 『한자락 남은 마음』(1979), 시집 『조선의 꽃씨』(2005), 시집 『거동사의 노래』(2009), 시집 『내 마음 깊은 골에』(2009), 시집 『문수의 자화상』(2011), 시집 『화중련』(2011), 시집 『리인모 선생을 그리워하며』(2011) 등 24권
수필집 『부처님이시여 우리 부처님이시여』
동화집 『스님 사랑해요』
소설집 『다라니』
서간집 『감옥으로 보낸 편지』(2006)
저서 『고구려 시대 불교수용사 연구』, 『한국불교정화운동 연구』 공저(진관, 각의), 『동산의 불교계 정화운동 연구』
연극 <선객> 창고극장 공연(1982)
저서 <염화미소> 창고극장 공연(2002)


◦뒷글

스물네 번째 시집인 『바지선 기러기』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바지선에서 소식이 왔다. 지현 학생이 바다에서 나왔다는 소식.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아직도 나오지 못한 9명의 명복을 빌며 세월호의 아픔을 시집에 기록하고자 한다.
―<후기> 중에서


◦차례

□시집을 내며
□서시

 

제1부  진도야 말하라

진도야 너는 말하라
진도 앞바다의 파도야
파도여 멈추어라 
법화삼매
부처님은 오셨는데
아이들아 나오라
세월호야
아무 할 말이 없구나
대한민국은 침몰했구나
실종자 가족이여
귀자시歸子詩
진도야 말하라
바다 시詩
바람이 분다
해양 경찰의 배를 타고 바지선으로
바다 가운데 멈춘 배
바다에 가서 보았다
지켜만 보았다
바다에 깊은 바다에
바다 위에 떠 있는 바지선

 

제2부  바람 앞에 서면

진도 쌍계사
법당 앞에 서면
소쩍새 우는 새벽
부르면 달려올 것만 같은
쌍계사 동백꽃은
소쩍새 울던 밤
까치가 노래하는 아침
바람이 왜 이리 부노
부모 품이 그립지 않나
쌍계사 선원에 앉아
고향이 그립지 않나
아이들아 어둡지 않나
쌍계사 법당 앞의 백일홍
바람 앞에 서면
밤이 깊으면
풀잎 눈물
물결치는 길
저렇게 새들이 노래 부르는데
잠에서 깨어나거라
쌍계사 부처님 전에

 

제3부  팽목항에 서서

설움에 겨워 피를 토하듯
팽목항에 바람이 분다
실종자들의 가족들을 위해
팽목항에 서서
유등이 올라가네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비가 온다니
팽목항에 앉아서
슬픈 하루
자연 앞에서
푸른 빛깔로 옷을 입었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무기력한 인간들
할 말을 못하고
6월 바다
한 포기 풀에도 생명이 있듯이
내가 너의 심장 속에 있다면
이별이 없게 하자
심청이 어디 갔노
6월 비

 

제4부  바지선 기러기

바지선을 향해 간다
보이는 섬마다
바다 물살을 헤집고
독도함
바다가 무력한 곳이 아니야
바다 위에 기둥을 세우자
바지선
바다가 깊으면 얼마나 깊나
아이들아 일어나라
파도야 멈추어라
무인도
파도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
장보고도 진도 앞바다를 피해
태양이 솟았다
바지선 기러기
바지선에 올라
눈을 감으면 보인다
잠수 대원들에게 격려를
6월 파도야
미국 배도 멈추었고

 

제5부  용서를 빌며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밤
멍하니 앉아서
팽목항에 내리는 비
장난감 없나
바다에 빠진 동백꽃
진도 앞바다는 잔인한 바다
바지선을 향해
나라가 잘산다는 선전을 멈추어라
무엇을 그리워하랴
폭풍우에 터진 풍선
물속에서 숨 쉬나
물속에 물길이 있다고
팽목항에 와서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병든 나라
기억하기 싫어
용서를 빌며
한 포기 풀에도 생명이 있는데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진도 앞바다
어디 있느냐

 

제6부  바다를 바라보니

잘 가거라
바다야 파도야 멈추어라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
다시 바지선에 올라
바다를 원망하지 말자
7월 비를 맞으며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바라보니
세월호 침몰은 한국의 침몰

 

□후기